전체 글51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공공미술, 달동네, 가족여행) 여행지를 고를 때 "거기 뭐가 있어?"라는 질문보다 "거기 가면 어떤 느낌이야?"라는 질문이 더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작년에 작은 아이 군 제대를 기념해 온 가족이 함께 통영을 찾았을 때, 저는 동피랑이라는 이름에서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골목마다 담긴 색채와 삶의 무게가 뒤섞인 이 언덕마을은, 단순히 예쁜 벽화 사진을 남기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그림 하나가 마을의 운명을 바꾼 이유동피랑은 통영 시내 동쪽 언덕에 자리한 달동네로, 이름 자체가 '동쪽 벼랑'을 뜻합니다. 한때 통영시는 이곳을 재개발해 도로와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철거 예정 지역, 노후 주택 밀집 지구, 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낡은 달동네의 운명이 그대로 반복될 것처럼 보였지요.그 흐름을 바꾼.. 2026. 4. 11. 거제 대금산 진달래 (산행코스, 산신제, 꽃구경)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차 하나 쓰고 경리언니들과 함께 떠난 거제 대금산 꽃구경이 이렇게 특별한 하루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진달래도 진달래지만, 산 중턱에서 마주친 산신제 덕분에 봄 나들이 그 이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주 가벼운 산행을 고민 중이라면 지금 바로 거제 대금산을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거제 대금산 산행코스: 초보도 부담 없는 진달래 군락지제가 직접 걸어보니, 대금산은 해발 437.5m의 산으로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건너 넉넉히 1시간이면 도착하는 접근성도 큰 장점입니다. 거가대교란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잇는 복합 교량과 해저터널 구간으로 이루어진 연결 도로로, 개통 이후 부산에서 거제까지의 이동 시간이 약 1시간대로.. 2026. 4. 10. 순천 선암사 (승선교, 일주문, 선암매) 매화꽃이 한창이던 봄날, 저는 전라남도 순천으로 무작정 차를 몰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찰이라고 하면 고즈넉하고 조용한 풍경을 떠올렸는데, 선암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붉게 타오르는 매화꽃이 눈앞에 가득 펼쳐지면서 제 발걸음이 그 자리에 딱 멈춰버렸습니다. 이 글은 직접 발로 걸으며 느낀 선암사의 이야기입니다.승선교, 왜 전국 사진 명소가 됐을까주차장에서 선암사까지는 약 1km 정도의 완만한 흙길이 이어집니다. 저는 되도록이면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울창한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 사이를 걷다 보면 피톤치드(phytoncide)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납니다. 피톤치드란 나무가 해충이나 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출하는 천연 항균 물질로, 인체의 면역.. 2026. 4. 9. 통도사 서운암 (항아리, 야생화축제, 도자대장경) 절에 갔다가 된장 생각이 간절히 난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통도사 서운암에서 사 온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 한 그릇이 시중에서 파는 그 어떤 된장과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고소하고 짜지 않으면서 깊은 맛. 스님들의 정성이 그대로 담긴 맛이라는 말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통도사의 19개 암자 중 하나인 서운암은 항아리, 야생화, 그리고 16만 도자대장경까지, 일반 암자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품고 있습니다.항아리 5천 개와 아이들의 기억 — 서운암 된장과 야생화축제서운암 마당에 처음 들어섰을 때, 솔직히 말하면 법당보다 항아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햇볕을 받아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며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그.. 2026. 4. 8. 통도사 암자순례 (자장암, 금와보살, 무풍한송로) 사찰 여행은 그냥 구경 가는 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통도사 자장암 툇마루에 앉아 영축산 능선을 바라보던 순간, 이 길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도사, 그 품 안의 19개 암자를 걷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자장암에서 마주한 것들, 금와보살과 영축산 능선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한 불보사찰(佛寶寺刹)입니다. 불보사찰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 즉 부처님의 실제 유골을 봉안한 사찰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통도사 금강계단(金剛戒壇)에는 불상이 따로 없습니다. 사리 자체가 부처님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통도사를 다시 바라보니 느낌이 전.. 2026. 4. 7. 울산 여행 (대왕암 출렁다리, 간절곶, 교통 불편) 울산을 노잼도시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다녀본 입장에서 전혀 다르게 느꼈습니다. 공업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관광지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바다와 자연을 품은 매력적인 여행지였습니다. 다만 뚜벅이 여행자에게는 교통 인프라가 아직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제 시댁이 울산 방어진에 있어서 명절 때마다 방문하면서 울산의 숨은 명소들을 꽤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울산 여행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대왕암 출렁다리와 송림길, 정말 가볼 만할까대왕암 출렁다리는 울산 동구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바다 위를 걸을 수 있게 설계된 보행교입니다. 여기서 보행교란 차량 통행 없이 사람만 건널 수 있도록 만든 다리를 의미합니다. 추석 연휴 때 가족들과 일산해수욕장에 들렀다가 대왕암.. 2026. 4. 4.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