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제주 금오름 (분화구, 조랑말, 패러글라이딩)

by hks1000 2026. 4. 25.

제주 금오름 정상 분화구 사진

솔직히 처음엔 오름쯤이야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가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생각은 꽤 빗나갔습니다.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자리한 금오름, 두 번을 올라봤는데 갈 때마다 예상을 조금씩 벗어납니다. 이번에는 친정어머니와 단둘이 4월에 다녀왔고, 그날 만난 풍경과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것들

금오름의 정식 명칭은 금악(今岳)이며, 표고 427.5m, 비고 178m에 달하는 오름입니다. 비고(比高)란 주변 지형 대비 오름 자체가 솟아오른 높이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실제로 두 발로 걸어 올라야 하는 높이가 178m라는 뜻입니다. 숫자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오르다 보면 중간쯤에서 분명히 숨이 차오르는 구간이 나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탐방로 초반은 시멘트로 포장된 완만한 경사라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도감이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구간부터인가 경사가 갑자기 가팔라지면서 어머니 페이스를 맞추느라 저도 중간중간 멈춰 서게 됐습니다.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면 제주 서쪽 중산간의 초록빛 밭들이 탁 펼쳐지고, 저 멀리 한림 해상풍력 발전기들이 점처럼 박혀 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숨이 찬 것도 잊게 되더라고요.

희망의 숲길이라 불리는 좌측 숲길 탐방로를 걷다 보면 새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탐방로는 정상 방향과 분기되는 지점이 나오는데, 정상 능선을 먼저 돌고 내려올 때 둘레길을 이용하면 코스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전체적으로 사진도 찍고 조랑말 구경까지 하면 넉넉하게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금오름을 오를 때 미리 챙겨두면 좋을 준비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운동화 및 편안한 복장 (샌들, 슬리퍼 비추천)
  • 물 (정상에 매점이나 자판기 없음)
  • 겉옷 또는 바람막이 (정상 능선의 체감 기온이 낮음)
  • 모자 또는 선글라스 (정상은 그늘이 거의 없음)

정상의 분화구와 조랑말 한 마리

정상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산정 화구호(山頂火口湖)입니다. 산정 화구호는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분화구 안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말하는데, 금오름의 경우 분화구 깊이가 약 52m에 달하고 물이 차 있을 때는 제주의 백록담을 작게 옮겨 놓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올 만큼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실제로 금오름은 '작은 백록담을 품은 오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방문했던 4월에는 분화구에 물이 없었습니다. 비가 온 직후라면 물이 고여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날은 맑고 건조한 날씨 탓인지 분화구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아쉽기도 했지만 대신 분화구의 형태와 규모가 훨씬 또렷하게 보이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산정 화구를 갖춘 오름은 손에 꼽힙니다. 금오름은 그 희귀한 산정 화구 오름 가운데 하나로, 지질학적으로도 가치 있는 지형으로 평가받습니다(출처: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그리고 예상 밖의 손님이 있었습니다. 조랑말 한 마리가 정상 능선에 있었는데, 제가 카메라를 꺼내 들자마자 마치 알아챈 것처럼 고개를 들어 포즈를 취하는 겁니다. 웃음이 터졌습니다. 제 뒤에 줄지어 사진을 찍으려는 탐방객들에게도 똑같이 포즈를 잡아주더니, 어느 순간 유유히 반대편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아마 워낙 많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서 학습이 된 건지, 진짜 모델 뺨치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어머니도 그 모습에 한참 웃으셨는데, 그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하산 후 만나는 패러글라이딩과 제주의 맛

하산하기 전, 정상 능선에서 하늘을 보니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이란 낙하산과 행글라이더의 원리를 결합한 활공 스포츠로, 금오름처럼 전망이 트이고 바람 방향이 안정적인 곳이 활공장(滑空場)으로 적합합니다. 활공장이란 패러글라이딩이나 행글라이딩 등을 이륙·착륙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를 말하는데, 금오름 일대는 제주 서부 지역 대표 활공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장비를 착용하고 준비하는 분들, 이미 하늘을 나는 분들이 섞여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름을 오르다 패러글라이딩 구경을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저도 당장이라도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습니다. 다음에 금오름에 온다면 꼭 한번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금오름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고려하고 있다면 아래 정보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기본 체험 비용: 80,000원~100,000원 (VIP 코스는 130,000원 이상)
  • 추가 촬영 비용: 고프로 촬영 시 약 20,000원 추가
  • 실제 비행 시간: 기상 상황에 따라 8~15분 내외
  • 체중 제한: 업체마다 다르나 보통 30kg~85kg 이내
  • 복장: 긴 바지 + 운동화 필수 (흰색 바지 오염 주의)
  • 예약: 날씨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사전 예약 필수. 당일 활공장이 금오름에서 군산오름 등으로 변경될 수 있음

하산은 올라올 때와 다른 숲길 탐방로를 이용했습니다. 새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오솔길이라 내려오는 내내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내려오시면서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하셨는데, 그 한마디가 꽤 오래 남았습니다. 금오름에는 오름 명칭의 어원과 관련해 두 가지 설이 전해지는데, 옛 지도에 '금가악'으로 기록되어 검다는 뜻의 '검'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금'이 신(神)을 의미하는 고조선 시대 언어에서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신성하고 기운이 좋은 오름이라는 해석이 이어지는 셈입니다(출처: 제주특별자치도 문화관광).

주차장으로 내려온 뒤에는 시원한 한라봉 주스로 목을 축이고, 제주갈치조림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어머니와의 단둘이 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금오름은 어렵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오름입니다. 일몰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제주 서쪽 하늘과 분화구 풍경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고 하니, 다음에는 저녁 시간대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제주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오름 하나쯤은 꼭 코스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직접 두 발로 올라봐야 제주의 속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걸, 금오름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Q9Hm6kh2u0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