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은 대게의 주산지로, 국내 대게 어획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동해안 대표 어항 지역입니다. 저는 지난 가을, 친정아버지 팔순 여행의 첫 번째 코스로 울진을 선택했는데,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렇게 알차게 채워질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0월 울진 대게, 산지에서 먹으면 정말 다를까요
울진과 영덕은 대게의 고장으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직접 산지에서 먹어보기 전에는 "그냥 다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먹어보니 이건 좀 달랐습니다. 부산 기장시장에서도 대게를 여러 번 먹어봤지만, 울진에서 먹는 대게는 유통 과정이 짧아서인지 살의 탄력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10월 중순은 대게 수율(收率) 측면에서 아직 완전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여기서 수율이란 게 껍데기 대비 살이 얼마나 꽉 차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대게는 보통 11월 이후 수율이 높아집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살이 조금 덜 찬 느낌이 있었고,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팔순이신 친정아버지께서 "연내 이렇게 맛있는 대게는 처음이다"라고 하실 만큼 맛있게 드셨고, 강원도 여행의 중간 기착지에서 제대로 된 한 끼를 차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식사였습니다. 대게 방문 시기를 고민하신다면, 제 경험상 11월 말에서 이듬해 3월 사이가 수율이 가장 좋은 성수기입니다.
성류굴,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인생샷입니다
성류굴에 대해 동굴 내부만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입구부터 이미 예사롭지 않습니다. 붉은 기둥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옆으로 저수지가 펼쳐진 광경은 마치 이탈리아 로마 시대 건축물을 연상케 해서, 저도 들어가기 전에 한참 사진을 찍었습니다. SNS에 올라온 성류굴 인생샷들의 배경이 대부분 입구 쪽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성류굴은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된 석회암 동굴입니다. 석회암 동굴이란 빗물이나 지하수가 탄산칼슘 성분의 암석을 수천 년에 걸쳐 녹이면서 만들어진 자연 동굴로, 내부에는 종유석(천장에서 자라는 석회석 기둥)과 석순(바닥에서 위로 자라는 기둥)이 발달해 있습니다. 성류굴 내부에도 이러한 지형 구조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동굴 생성의 역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문화재청).
제가 직접 걸어보니 전체 관람에 넉넉히 1시간이면 충분했고, 내부에 깊은 웅덩이 같은 담수 구간이 4곳 정도 있는데 그 안에 물고기가 실제로 살고 있어 꽤 신기했습니다. 팔순이신 아버지가 잘 걸으실 수 있을지 내심 걱정했는데, 그건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 걸으셔서 제가 놀랐습니다.
방문 전 반드시 알아두셔야 할 실용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바닥이 항상 물기로 젖어 있어 운동화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구두나 슬리퍼는 낙상 위험이 있습니다.
- 허리를 90도 이상 구부려야 통과할 수 있는 저층 구간이 여러 곳 있으므로, 백팩보다는 가벼운 크로스백이나 핸드폰만 들고 입장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입장 시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동굴 내부 기온은 연중 약 12~15도를 유지합니다. 여름에는 얇은 바람막이, 겨울에는 경량 패딩 하나를 별도로 챙기면 좋습니다.
- 운영 시간은 계절마다 다르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에서 반드시 확인하세요.
죽변해안스카이레일, 동해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방법
성류굴에서 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있습니다. 스카이레일이란 지상에서 일정 높이로 설치된 레일 위를 소형 열차가 운행하는 경관 철도 시스템으로, 이 구간은 해안 절벽을 따라 동해바다 위를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부산 청사포에도 비슷한 개념의 스카이캡슐이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집 앞에 있는 청사포 스카이캡슐은 한 번도 안 타봤으면서 울진까지 와서 레일을 타고 있더라고요. 여행의 묘한 심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타 보니 울진의 동해바다는 청사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물 색깔이 선명하고 투명했습니다. 내려다보이는 바닷속이 그대로 다 들여다보일 정도였습니다.
속도는 빠르지 않고 흔들림도 적은 편이라, 팔순 어르신을 모시고 가기에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왕복으로 운행되는 구조라 타고 가면서 한쪽 바다를 보고, 돌아오면서 반대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양방향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스카이레일 구간 중간에는 하트 모양의 해변, 이른바 하트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지점도 있어 포토 포인트로 인기가 높습니다.
현장 대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방문 전 운행 시간대를 미리 확인하고 탑승 시각을 잡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차 안에서 잠깐 쉬다가 예약한 시간에 맞춰 나갔는데, 이 방식이 시간 낭비 없이 효율적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울진 당일치기, 이렇게 짜면 됩니다
울진 당일치기 또는 여행 경유지로 계획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바로 동선(動線) 구성입니다. 동선이란 여행지 내에서 이동하는 경로를 의미하는데, 거리 낭비 없이 효율적인 순서를 짜는 것이 피로도를 크게 줄여줍니다.
저희는 울진에서 점심으로 대게를 먹고, 오후에 성류굴을 관람한 뒤, 마지막으로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을 타는 순서로 움직였습니다. 이 동선이 실제로 이동 시간 면에서도 군더더기가 없었고, 체력 소모 순서로도 맞아떨어졌습니다. 성류굴처럼 걷는 코스를 먼저 보고, 레일처럼 앉아서 즐기는 코스를 마지막에 배치하면 어르신들 체력 안배에 도움이 됩니다.
국내 관광지 방문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경북 지역 자연 관광지 방문객의 재방문 의향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으로 나타나, 울진을 비롯한 동해안 자연 관광지들의 경쟁력이 꾸준히 인정받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번 울진 여행은 강원도로 가는 길목에서 잠깐 들른 코스였는데, 결과적으로 여행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온천 숙소까지 포함한 1박 2일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게를 제대로 즐기려면 11월 이후를 노리시고, 성류굴과 스카이레일은 반나절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으니 울진을 경유지로만 생각하셨다면 충분히 재고해볼 만한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