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 제가 친구들과 거제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 유람선에서 내려다본 십자동굴의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높이 123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 절벽 사이로 십자형 동굴이 뚫려 있고, 그 위로 햇빛이 쏟아져 내려오는 광경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거제도 해금강은 강원도 고성에 있는 해금강만큼이나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외도 보타니아와 함께 거제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해금강과 외도 보타니아, 3시간 유람선 코스로 한번에
거제도에서 해금강과 외도를 관람하려면 유람선을 이용해야 합니다. 출발 항구는 장승포항, 지세포항, 와현항, 구조라항, 도장포항 등 총 5곳이 있는데, 저는 구조라 유람선 터미널을 이용했습니다. 항구마다 승선권 가격과 운항 시간이 다르므로 사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구조라항 기준으로 하루 8회 운항하며, 최소 승선 인원이 30명이므로 출발 전에 운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승선권은 인터넷 예매 시 평일 22,000원, 주말 및 공휴일 23,000원이며, 현장 구매는 평일 35,000원, 주말 36,000원입니다. 여기에 외도 입장료 11,000원이 별도로 필요하며, 선착장에서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승선권을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면 현장 구매보다 약 40% 가까이 저렴하므로, 여행 경비를 절약하려면 반드시 사전 예매를 추천합니다(출처: 거제시청 관광포털).
전체 관광 소요 시간은 약 3시간입니다. 구조라항에서 해금강까지 이동 20분, 선상에서 해금강 관람 20분, 해금강에서 외도까지 이동 10분, 외도 상륙 관람 2시간, 외도에서 구조라항까지 복귀 10분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선상 관람'이란 배에서 내리지 않고 유람선을 타고 섬 주변을 돌면서 기암괴석을 감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해금강은 직접 상륙하는 것보다 배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훨씬 웅장하고 인상적입니다.
해금강의 핵심 볼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십자동굴: 동서 100m, 남북 180m 규모의 십자형 해식동굴로, 네 개의 절벽 사이로 바다가 관통합니다
- 사자바위: 입을 벌린 사자 형상의 바위로, 3월과 10월에는 사자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 미륵바위: 계곡 사이로 보이는 바위가 은진 미륵불의 모습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 신랑바위: 사모관대를 쓰고 도포를 입은 신랑의 모습을 닮은 바위입니다
제가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은 십자동굴 입구에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였습니다. 하늘이 십자가 모양으로 보이는데, 그 신비로운 광경에 배 안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습니다. 저는 당시 바위섬 꼭대기에서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모습도 보았는데,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의 강인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소나무를 떠올리곤 합니다.
외도 보타니아, 2시간 동안 걷는 해상 식물원
외도는 거제 해안에서 약 4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섬으로, 1995년 4월 개원한 자연공원입니다. 한 노부부가 40년 넘게 가꿔온 정원이 지금은 거제의 대표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선정 한국 최고의 관광지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곳이며, 개원 2년 만에 연간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외도는 섬 전체가 식물원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총 18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중 아열대 식물이 약 80여 종으로, 거제도의 따뜻한 기후 덕분에 야자수와 선인장 같은 이국적인 식물들이 잘 자랍니다. 여기서 '아열대 식물'이란 연평균 기온 18도 이상의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노지 재배가 가능합니다.
외도 관람 코스는 선착장에서 출발해 비너스 가든, 블라워 가든, 파노라마 전망대, 동심의 언덕, 조각공원, 사랑의 언덕, 천국의 계단을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입니다. 주황색 선과 파란색 선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외도의 주요 포토존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너스 가든: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모티브로 한 기둥과 비너스, 다비드 조각상이 있는 대표 정원
- 파노라마 전망대: 남해 바다와 해금강, 거제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날씨가 맑으면 대마도까지 보입니다
- 천국의 계단: 가파른 경사지를 따라 만든 계단으로, 처음엔 나무도 자라지 않던 황폐한 땅이었으나 지금은 절경의 산책로가 되었습니다
- 사랑의 언덕: 외도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명소로, 커플들이 즐겨 찾는 장소입니다
저는 10년 전에 방문했을 때 선인장 가든에서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섬에서 사막 식물인 선인장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했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선인장 정원이 정말 이국적이었습니다. 외도의 나무들은 매일 정원사의 손길로 다듬어지는데, 마치 파도처럼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리며 자라도록 가지치기를 합니다. 이런 세심한 관리 덕분에 외도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살아있는 예술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외도는 봄과 가을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2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다만 경사가 있는 산책로가 많으므로 편한 신발을 신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제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해금강과 외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시 친구들과 외도와 해금강을 구경한 후 바람의 언덕,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까지 들러 1박 2일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거제 포로수용소는 6·25 전쟁 당시 포로들을 수용했던 수용소 터를 복원한 역사 테마파크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교육적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출처: 거제시청).
포로수용소에서는 당시 막사와 취사장, MP 사격장 등을 재현해 놓았고, 전쟁의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계룡산 정상까지 연결되는 왕복 3.54km의 모노레일을 타면 거제 시내와 다도해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거제도에는 몽돌해수욕장도 유명한데, 제가 학생 시절 부모님께서 거제도에서 함바식당을 하셨던 적이 있어 자주 방문했습니다. 몽돌해수욕장의 돌멩이들은 파도에 깎여 정말 몽돌처럼 동글동글하고 모난 부분이 전혀 없으며, 검은색을 띠고 있어 독특한 풍경을 만듭니다. 거제도 여행 시 신선한 해산물과 꿀빵도 꼭 맛보시길 권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바다를 보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쪽 지방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강원도 고성의 해금강까지 가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거제도 해금강도 절경이 뛰어나니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부산에서 출발한다면 1박 2일 코스로 해금강, 외도, 바람의 언덕, 포로수용소까지 둘러보는 일정을 추천합니다. 유람선 탑승 시 신분증은 필수이니 꼭 챙기시고, 승선권은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셔서 여행 경비를 아끼시기 바랍니다.